주방에서도 사람이 아닌 로봇이 요리를 맡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 ‘옥돈’에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비욘드허니컴의 조리 로봇 ‘그릴 X’가 삼겹살을 자동으로 굽는 광경이 펼쳐졌다.
직원이 태블릿에서 ‘조리 시작’ 버튼을 누르자, 로봇이 철판을 앞뒤로 감싸며 고기의 익힘 정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했다.
분광센서와 열감지 센서를 이용해 육즙, 마이야르 반응(갈색화), 지방의 녹임 정도를 분석하며 균일한 맛을 구현했다. 초벌구이에는 약 2분이 소요됐다.
매장 직원은 “올해 3월 로봇을 도입한 뒤 고기 굽는 시간이 10~15분 단축됐다”며 “기름 튐으로 인한 화상 위험도 줄었다”고 말했다.
비욘드허니컴에 따르면 ‘그릴 X’는 시간당 최대 144인분을 조리해 알바 2~4명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
비욘드허니컴은 현재 소상공인 매장, 네이버 본사 구내식당, F&B 업체 등 200여 곳에 로봇을 공급했으며, 올해 자체 센서를 탑재한 ‘그릴 X 2세대’도 출시했다.
조리 로봇 시장에는 다양한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뉴로메카는 교촌치킨과 협약을 맺고 튀김 로봇을 공급 중이며, 서울 동작구의 중식당 ‘미래반점’은 로봇이 직접 짜장면과 탕수육을 조리하는 완전 무인 주방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이 로봇 조리 시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식업계는 최저임금 인상과 인력 확보난으로 주방 자동화를 대안으로 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고깃집 아르바이트를 기피하면서 숙련 인력의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3조8천억 원에서 2034년 20조5천억 원으로 5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로봇 조리 시스템이 외식업 생존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