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식당 문을 못 열었을까”… 지갑 닫는 소비자, 버티는 자영업자 사이 골목경제 ‘경고음’
도심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망설임’이 짙어지고 있다.
간단한 외식조차 계산기를 두드리는 시대. 생활비 부담과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민은 퇴근길 식당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집에 밥이 없어 간단히 외식하려던 계획은 이내 전기요금·카드값·관리비·대출이자 등 머릿속을 스치는 각종 고정비 앞에서 주저앉았다. 그는 “먹어야 하는 건 알지만, 지금 이 지출이 괜찮을까부터 고민하게 된다”며 “소비는 취향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됐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소비 주저 현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징후라고 보고 있다.
작은 구매에도 ‘필요한가’, ‘집에 있지 않나’, ‘지금 사면 후회하지 않을까’를 따져보는 시대. 가성비 검색은 기본이고 충동구매는 사라졌다.
일상의 외식 한 끼조차 가계부가 먼저 떠오르는 현실이다.
이 같은 소비심리 위축은 골목 상권으로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한 시민이 아끼려다 말아버린 8천 원의 외식비는 누군가에게 하루 매출 한 줄을 비우는 일이 된다.
여러 사람의 작은 망설임이 쌓이면 골목 전체의 매출이 증발한다.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는 게 아니라, 손님이 망설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실제 한 단체는 최근 하루 동안 거리에서 빵과 볼펜을 직접 판매하며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체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가혹했다.
지나가는 사람의 멈칫, 손이 가다 멈추는 순간, 가격표를 바라보는 짧은 고민까지—소비자의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다.
파는 사람의 간절함과 사는 사람의 고민이 좁은 골목에서 불편하게 맞부딪히는 현장이었다는 평가다.
결국 소비자이자 동시에 자영업자·직장인·근로자인 시민들은 같은 구조 속에서 똑같이 불안을 겪고 있다.
생활비의 무게, 불안정한 일상, 둔탁한 경기 흐름이 지갑을 열기 전에 먼저 떠오르며 소비를 멈추게 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는 “소비자의 멈춤은 가계 문제를 넘어 도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지갑이 닫히면 골목경제의 기초체력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고 싶은 마음보다 참아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는 시대.
지갑을 닫는 소비자와 버티는 자영업자 사이에서 도시의 온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